[W칼럼]지방분권은 누가 챙기나?

하승수의 자치분권칼럼
[2020년 6월 26일 / 제275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20.06.26l수정2020.06.26 10:4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변호사 / 시민운동가
하승수

지난 5월 29일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지방자치법 개정법률안이 자동폐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했던 자치분권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법률안은 2019년 3월 29일 정부에 의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단 1번 논의된 후에, 자동폐기된 것이다. 

지방자치법 개정법률안의 내용에는 미흡한 점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지방자치제도를 상당히 큰 규모로 개편하는 것들을 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권력구조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라든지, 조례 주민발안제도와 주민감사청구제도를 개선한다든지 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설치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내용의 법률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는 것이 한국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문제를 챙기는 주체가 소위 말하는 ‘중앙’에는 없다. 중앙언론에서 지방분권, 지방자치 문제는 가뭄에 콩나듯이 다뤄진다.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거대 신문언론에서도 지방분권, 지방자치는 소외된 주제이다. 

언론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지방분권이나 지방자치는 관심사가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역에 내려와서는 지방분권에 관심있는 척 얘기하지만, 정작 여의도에서는 지방분권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 

지식인들 중에서도 지방자치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오히려 지방분권에 대한 무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경우도 본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처럼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지방분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인식이다. 그러나 대한민국보다 국토와 인구가 훨씬 적은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지방분권을 중시한다. 

지방자치는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하는 것이다. 활성화된 지방자치와 분권화된 국가구조야말로 민주주의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앙언론과 여의도정치에서 지방분권에 대해 얘기가 안 되니,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한국이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국가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 시간만 지나고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여기에서도 지방분권이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마 선출직중에 지방분권을 챙기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다. 이들이 만든 협의회가 지방분권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일종의 이해관계자로 비춰지기 쉽다. ‘지방분권을 해서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 쉬운 것이다. 실제로 그런 면도 있다. 지방분권의 본래 취지는 지역주민들에게 지역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너무 많다. 

따라서 한국에서 지방분권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는 일차적으로 지역시민사회와 지역언론의 관심과 의지에 달려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협의회와 지방의회 협의회가 아니라, 지역시민사회와 지역언론이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핵심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길이 열린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공론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지방분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권한을 더 많이 줘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런 회의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역 내부의 민주화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사회’에 대한 논의를 분권과 자치의 관점에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방역은 중앙의 통제력으로 어떻게 한다고 해도,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지역의 자치역량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래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개혁은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영암우리신문  news@wooriy.com
<저작권자 © 영암우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암우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