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칼럼]조선역사 연구에 혼란을 겪고 있는 북조선

[2020년 6월 26일 / 제275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20.06.26l수정2020.06.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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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갑수

《조선통사》(상·중·하)는 북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역사서이다. 북은 남처럼 <조선왕조실록>을 완역하면서 조선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과거 마르크스–레닌 사관에  의해 획일적으로 기술되었던 조선역사에 대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조선통사》의 전면 개정 신판을 낸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대 제국주의 무장투쟁사 강화), 그동안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조선역사를 바로잡아 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던 것 같다.

《조선통사》 상중하 세 권 중 조선시대 이후를 다루고 있는 것은 중권(2011년 간, 359쪽)과 하권(2016년 간, 551쪽)이다. 그런데 이를 읽어 보면 북 역시 남처럼 과거 식민사관에 의해 조선역사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사실에 대한 당혹감이 나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욱이 북은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유럽중심 이데올로기의 틀에 갇힌 나머지 조선역사에 대한 왜곡된 이해가 더 심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제 마르크스-레닌 사관이라는 것은 유럽중심주의의 범주에 드는 모양주의 사관의 일종일 따름이다.

북에서 발간된 《조선통사》에는 이런 혼란상이 여과 없이 나타나 있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나타나는 조선역사의 실체는 그들이 알고 있었던 조선역사와 크게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북에서는 상층 지도부부터 마르크스-레닌사관을 꾸준히 수정 내지는 폐기해 오고 있던 차였다. 《조선통사》에는 조선역사에 대한 민족적 자부심과 마르크스-레닌 사관에 의한 ‘모양주의’가 혼재되어 있다.

“참으로 조선 역사는 우리 인민이 자기의 슬기와 재능으로 과학과 문화, 경제를 발전시키고 안팎의 원쑤들을 반대하여 줄기차게 싸워 승리한 투쟁의 력사, 창조의 력사입니다.”(조선통사 중편 10쪽)

위는 《조선통사》 중편의 머리말에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이다. 그들은 개론적으로는 조선역사가 얼마나 수준 높은 문명의 역사인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마르크스-레닌 사관의 구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여실히 보인다.

“실학사상의 발전과 자본주의적관계의 발생발전으로 사회는 새것을 지향하여 일정하게 전진하였으나 리조봉건통치층 안에서 일어난 추악한 사화와 당쟁으로 국력은 점차 약화되었다. 조선 근대력사는 외세의 집요한 침략과 부패 무능한 리조봉건통치배들의 외세의존정책으로 말미암아 망국의 비운으로 얼룩진 력사였다.”(조선통사 중권 10~11쪽)

위 글에는 한물간 유럽중심주의의 소산인 자본주의맹아론이 나타나 있다. 실학에 대해서도 식민사관적 이해의 틀에 갇혀 있다. 사화와 당쟁을 국력 약화의 직접 요인으로 파악하는 것 역시 식민사관의 일환이다. 또한 조선을 ‘리조봉건’이라고 호칭하는 것부터가 모양주의 유럽중심주의사관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북조선은 뭐란 말인가? 지금의 북을 ‘김씨조선’이라고 호칭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남이건 북이건 유럽중심사관을 탈피하고 전통과 연계되는 새로운 조선사관을 정립하는 작업이 긴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조선역사는 남과 북이 공유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이해는 조선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온전할 수가 없다. 한국사 연구학자인 일본인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원래 한국 근대사를 전공했는데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연구 대상을 조선시대로 옮겼다. 그는 “근대의 한국을 알기 위해서는 조선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나의 한국사 공부》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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