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끓는 청년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독재정권이 무고한 민중을 학살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불의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암까지 이어진 80년 오월항쟁, 그 선두에는 아직 솜털 보송보송한 청년들이 섰다. 교사의 눈을 피해서 무장조차 두려워 않는 열혈 청년들을 보며 어른들도 움직였다.

40여년 전 신북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재택 씨도 그 중 한명이었다. 젊은 혈기에 경찰서와 파출소 등에서 총기를 탈취해 광주로 향하고자 했던 박씨는 이제는 머리에는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60세의 중년이 됐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 속에 유명무실해진 ‘5·18민주유공자 영암동지회’의 재창립 주축이자 회장을 맡게 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 회장은 “1980년 5월 21일 신북 버스터미널 부근이 시끌벅적하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시민군들이 당시 광주의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해 듣는데 피가 거꾸로 쏟는데 가만 있을 사람이 어디 있고 나 역시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박 회장을 필두로한 신북고 학생들은 금지 저수지에 만나 신북 청년들과 함께 지역 곳곳을 돌며 무기 탈취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항쟁소식을 전해들은 경찰들이 무기를 옮겨놓은 상태였다. 박 회장은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무기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며 “그 와중에 한 방위병이 시종파출소 뒤편에 무기를 묻었다는 말을 듣고 찾아보니 다량의 총이 나왔고 그것을 들고 광주로 향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로 가는 길은 막혔다. 광주로 향하는 길목에 공수부대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고향으로 왔지만 신북에서 항쟁에 주도했다는 이유로 영암경찰서와 상무대에 수감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박 회장은 “당시 내가 겪었던 것은 수많은 희생자와 지금도 당시의 기억 때문에 고통을 받고 계시는 분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며 “아직 당시 피해의 역사가 살아있고 가해자가 살아있는데 5·18민주화 운동에 대한 사료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또 박회장은 “총을 들고 싸운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당시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날라주던 아주머니들에 대한 자료는 하나도 없다”며 “그 한분 한분 모두가 지역의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이자 산증인들이다”고 말했다.

5·18민주유공자 영암동지회를 재결성한 이유에 대해 박 회장은 “앞서 얘기했지만 당시의 피해 역사는 살아있지만 그 역사를 계승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전무한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며 “늦었지만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라도 시작하기 위해 단체를 재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세월이 흐르고 단체의 활동이 미진하면서 5·18민주유공자들에 대한 정보도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며 “앞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의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책으로 남기는 일들을 해 나갈 계획으로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5·18민주유공자 영암동지회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에 관여했거나 피해를 입었으나 아직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동참을 기다린다. 자세한 문의는 박재택 회장 010-3609-5759 또는 나종구 사무국장 010-9186-6679번으로 하면 된다.